백신 무료 배포 신화
나 : 당시에 백신은 다 무료로 배포했다. 지금도 개인용 백신 한국제품은 대부분 무료 아닌가?
20대 : 그래도 무료 배포는 사회기여한 것이다.
나: 결과적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이로운 행위였다. 그렇다면, 화장품 회사가 샘플 나눠주는 것도 사회기여의 목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시에는 백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유료라는 인식이 없었다. 지금도 한국 백신 제품의 마케팅 전략은 ‘개인 무료 제공’이다. 백신 상품이 보안서비스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안랩은 일본 시장에도 개인에게는 백신 무료 정책 썼다. 안랩이 일본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나?
20대: 하지만 안랩 창립하기 전 7년 동안 혼자 고생해서 개발한 걸 무료 배포한 것은 사실 아닌가?
나: 사실이다. 그땐 무료 배포하는 분위기였다. 안철수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20대: 그래도 무료 배포는 대단한 일 아닌가?
나: 대단한 일 맞다. 근데 한편으로는, ‘유료 배포’란 불가능하기도 했다.
당시에 지금과 같은 인터넷과 인터넷 결제 시스템, 유료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안철수가 백신을 무료 배포했을지는 알 수 없다. 안철수만이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백신프로그램을 팔 수 있는 가게도 제대로 없었다. 전자상가 구석에나 가야 구할 수 있었단 말이다.
안철수가 백신을 ‘무료 배포’했다고 할 때, 어떻게 ‘배포’를 했는지 아느냐?
20대: ... 나눠준 거 아니냐?
나: 어떻게? 무료 다운로드? 아니면 길에서 ‘백신’을 그냥 뿌리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길에서 나눠주지? 노래방 판촉 휴지도 아닌데.
20대: ...
나: 당시에 지금 같은 ‘다운로드’라는 게 있었는 줄 아느냐? 전화 걸어서 통신하던 시절이다. 그것도 PC 통신으로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다고 생각하느냐? ‘나우누리’,’유니텔’ 같은 것도 90년대 중반에 나왔다. 안철수가 낮엔 의학 연구, 밤엔 백신 개발할 때는 천리안,하이텔에 덕후 같은 애들이 모여서 통신할 때다.
20대 : ...
나 : 용량이 360KB였던, 손바닥만한 디스켓 아느냐?
20대: ...
나: 용량이 1메가 넘어가던, 조그맣고 딱딱한 디스켓 나왔을 때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 아느냐? 그 휴대성 때문에 파일 이동이 편해져서 바이러스가 많이 옮겨다닌 것 아느냐?
안철수는 백신을 그 디스켓에 담아서 배포하기도 했고, PC통신망에도 올렸다. 소스코드도 공개했다. 그래서 무료라고 하는 거다. 당시엔 그런 ‘인터넷 정신’이 있었다. 지금의 수많은 프리웨어 개발자들처럼.
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90년대 중반에 월드 와이드 웹 (www)이 나오면서 인터넷과 컴퓨터가 컴퓨터광이나 공돌이들이 아닌 일반인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전의 ‘무료’ 소프트웨어들이 상품화될 수 있는 시장이 생겼다. 그게 90년대 중반 이후의 벤쳐 시대다. 안철수도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안철수가 안랩을 세우기 이전, “7년 동안 백신 무료배포”는 그 역사 속에서 봐야 한다. 안철수도 7년만 무료배포하고, 그 다음부터는 상품화해서 판매하지 않았느냐. 그런 맥락이다. “7년 동안이나 백신을 글쎄 공짜로 배포했대~”의 본질은, “V3는 공개 소프트웨어였다”.가 맞는 말이다. PC 통신망으로 받을 수 있는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고 했지? 그럼 다른 사용자들은 어떻게 ‘배포’ 받았을까? 안철수가 디스켓을 길에서 뿌렸을 거 같냐?
이 친구가 내 말을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꼰대같은 소리하고 있네,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당시 신문기사를 뒤적여서 몇 개 골랐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혹시 '무료 백신'의 의미를 잘 몰랐던 봉팔러 있다면,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기사는 부분 발췌한 것이다.)
[1994.3.15. 동아일보]
공개 SW 「숨은 보물」무진장
공개소프트웨어 중에는 안철수씨가 개발한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가 있다. 그는 신종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발견되는 즉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최신판 v3를 통신망에 올린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V3-153까지 나와있다. 뒤에 붙은 153은 1백 53종의 컴퓨터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뜻.(...)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와 「이야기」 통신 소프트웨어도 원래는 공개소프트웨어였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게임 중에도 통신망을 통해 퍼진 것이 많다.
[1992.6.22 매일경제]
보람에 사는「컴퓨터 도사」들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하늘소 회원들은 88년 10월에 출범한 뒤 얼마 후 통신용 프로그램인「이야기」를 내놓아 대학가의 무서운 젊은이들로 등장했다.
하늘소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시장성이 있음에도 불구, 이를 상용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보급, 국내 PC 통신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정보문화기술상을 받은 또 다른 젊은이 안철수씨는 국내에서「브레인」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88년 초부터 자력으로 바이러스의 치료법을 개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공로를 세웠다.
[경향신문 1991.07.07]
돌풍지대
대학생들이 개발한「소프트웨어」인기 폭발
컴퓨터「공부벌레」 "사장님 됐다."
서울대서클 「한글」사 설립「워드프로세서」장악
미생물학도의「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각광
동대생「흰 코끼리」조대생「메디콤」베스트셀러
20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종 소프트웨어(운용프로그램)을 개발, 컴퓨터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판「빌 게이트」를 꿈꾸는 젊은 천재들이 내놓은 프로그램 가운데는 용산전자상가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도 등장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미 하버드대 재학중에「MS DOS」란 퍼스컴용 OS(운영체제)를 만들어 일약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인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생 이찬진씨팀이 개발한「한글」워드프로세서를 비롯,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주)한계소프트(대표 김성수)의 일련의 한글소프트웨어, 조선대생 유승룡씨가 개발한 통신용 소프트웨어인「메디콤」, 서울대 윤재수씨의 통신용소프트웨어「한토크」, 단국대 의대 강사 안철수씨의「백신Ⅱ 플러스버진」, 동국대생 김균영씨의「흰코끼리」등이 전자상가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프로그램들.
그밖에 백송데이타베이스시스템(대표 박광림), 별빛컴퓨터(대표 황윤오), 백두시스템(대표 최종현),한솔 C&C(대표 이재문)등이 대학생을 주축으로 창업,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서울대「컴퓨터연구회」회원을 중심으로 설립된 한글과 컴퓨터사가 지난 89년 개발한「한글」은 한글 한자는 물론 일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 9개 국어와 수학공식까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발매 1년 만에 1만 카피(복제판 제외)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메타자교사」와「한메한글」을 개발한 (주)한메소프트는 이들 제품 외에도 한글통신프로그램인「따르릉」, 한글자형프로그램인「글짜꼴 편집기」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아 패키지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90년 총매출액은 5천만원, 올해는 3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안철수씨는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브레인, LBC, 예루살렘, 일요일, 스톤 등 5종류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백신Ⅱ 플러스버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을 마련했으며 소스코드까지 공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체퇴치프로그램의 개발가능성을 제시했다.
동국대 물리학과 4학년인 김균영씨가 최근에 개발, 상품화하고 있는「흰 코끼리」는 그 동안 사용돼온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프로그램. 지금까지 자료를 저장, 분류, 가공하는데 미흡했던 워드프로세서에 그림 등 영상정보를 입력시키고 이 입력된 영상정보를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까지 추가, 전문가들로부터「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공 등을 통해 익힌 노하우를 쉽게 사업에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 친구나 선후배, 컴퓨터 서클의 회원들끼리 공동출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대기업에 판권을 팔거나 자체 상품화하여 전자상가 등에서 팔리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계 젊은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단복제. 「백두시스템」의 최종현씨는 “소프트웨어는 돈 주고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공짜로 얻어 쓰는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 불법 복사가 판 칠 수 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생의 신분으로 창업을 했거나 창업의 꿈을 갖고 밤낮없이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소위「컴퓨터꾼」들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일천한 우리의 현실에서 컴퓨터 문화를 살찌우는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겨레 1990.2.1]
컴퓨터 바이러스 변종 속출
현재 시판되는 바이러스 치료제는 서울대 생리학 교실 안철수씨가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웨어사가 디스켓당 2천~6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컴퓨터바이러스백신’ 하나 뿐이다. 그나마도 국내에 알려진 42종의 컴퓨터바이러스 가운데5종에만 약효가 있어 이용에 제한이 있다.
[동아일보 1990.7.25]
컴퓨터 바이러스/디스켓에 있는 데이터를 파괴하는 프로그램
우리나라에는 안철수 최철용 유승룡 김한수 박승제씨 등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사냥하여 그 예방대책 및 치료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특히 안철수씨가 개발한 백신프로그램(v2plus 프로그램)은 브레인 이병철 예루살렘 바이러스 등 국내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치료하여 주는 대단히 효능이 좋은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이다.
[동아일보1992.3.9]
현재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에는 “컴퓨터의사”로 유명한 안철수씨(30)가 개발한 V3 백신 프로그램을 비롯, 바이러스 캔클린업 플루샷 등 외국에서 수입된 10여종이 있다.(...)
안철수씨가 개발한 V3은 국내에서 발견된 외국산 바이러스와 국내에서 제작된 바이러스 모두에 효과가 있다.(...)
그밖에 한국의 최철룡씨가 개발한 ‘닥터’ 프로그램, 박승제씨가 개발한 ‘킬러 콤’ 등이 있다. 닥터 프로그램은 브레인바이러스에 특효가 있고 킬러 프로그램은 엘버시바이러스에 감염된 디스크를 치료해준다.
201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