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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백신 무료 배포 신화


▲ 요 '미생물학도'가 안철수다.




내가 안철수는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냐며 열광하는 이들이 대는 이유 중 납득할 수 없는 게 있었다. 그 중 첫번째, 그리고 집단 환각의 출발점은 "백신 무료 배포"인 듯했다.
SNS 에서 20대 몇과 안철수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아무리 팩트를 말해도 그들은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료 배포'는 존경할만한 일 아니냐는 거였다.

안철수 열광은 20~30대 SNS 세대가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다지도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세대였나 갑갑해하다가
드는 생각은, 이들이 무뇌라서가 아니라
역사를 몰라서구나,였다. 
어떤 거창한 역사가 아니라, 
40대들이 그 부모들에게 자라며 들었던 부모 세대의 역사.
내가 너만할 때 쌀 한 가마니 지고 낙동강을 건넜다.
내가 너만할 때 먹을 게 없어서 어쩌구...
듣기 좋은 노래는 아니었지만, 
부모 세대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는 어렴풋이 안다.

그런데 지금 40대들이 지금 2,30대에게
내가 너만할 때는~ 이라는 노래를 부른다면, 
직장에선 왕따요, 가정에선 대화가 사라지고 말 거다. 
그다지 옛일도 아닌, 90년대 초 상황을 지금 20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안철수의 '백신 무료 배포 신화'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먹히는 것은,
돈 돈 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탄이다.
이 감탄이 가능한 것은 안철수가 백신 무료 배포할 때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컴퓨터 환경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무리 그 정황을 말해도, 그 시대 상황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컴퓨터 환경이 어땠는지 아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지금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나이. 
컴퓨터광이 아니었다면 공대생, 일부 자연대, 의대생으로 한정된다.
게다가 90년대 초반에, 컴퓨터는 학교 전산실에서나 겨우 썼지,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첫 컴퓨터를 샀던 96년에 만해도 두 달치 월급이 그대로 들 정도였다.
중고차를 살까 컴퓨터를 살까 몹시 망설이다가 컴퓨터를 샀었다. 그것도 반조립으로)

안철수의 '백신 무료 배포 신화'에 대해 얼마전 한 20대와 나눈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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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에 백신은 다 무료로 배포했다지금도 개인용 백신 한국제품은 대부분 무료 아닌가?

20대 그래도 무료 배포는 사회기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이로운 행위였다그렇다면화장품 회사가 샘플 나눠주는 것도 사회기여의 목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당시에는 백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유료라는 인식이 없었다지금도 한국 백신 제품의 마케팅 전략은 개인 무료 제공이다백신 상품이 보안서비스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안랩은 일본 시장에도 개인에게는 백신 무료 정책 썼다안랩이 일본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나?

20하지만 안랩 창립하기 전 7년 동안 혼자 고생해서 개발한 걸 무료 배포한 것은 사실 아닌가?

사실이다그땐 무료 배포하는 분위기였다안철수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20그래도 무료 배포는 대단한 일 아닌가?

대단한 일 맞다근데 한편으로는, ‘유료 배포란 불가능하기도 했다.

당시에 지금과 같은 인터넷과 인터넷 결제 시스템유료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안철수가 백신을 무료 배포했을지는 알 수 없다안철수만이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다솔직히백신프로그램을 팔 수 있는 가게도 제대로 없었다전자상가 구석에나 가야 구할 수 있었단 말이다.

안철수가 백신을 무료 배포했다고 할 때어떻게 배포를 했는지 아느냐?

20: ... 나눠준 거 아니냐?

어떻게무료 다운로드아니면 길에서 백신을 그냥 뿌리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길에서 나눠주지노래방 판촉 휴지도 아닌데.

20: ...

당시에 지금 같은 다운로드라는 게 있었는 줄 아느냐전화 걸어서 통신하던 시절이다그것도 PC 통신으로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다고 생각하느냐? ‘나우누리’,’유니텔’ 같은 것도 90년대 중반에 나왔다안철수가 낮엔 의학 연구밤엔 백신 개발할 때는 천리안,하이텔에 덕후 같은 애들이 모여서 통신할 때다.

20 : ...

 : 용량이 360KB였던손바닥만한 디스켓 아느냐?

20: ...

용량이 1메가 넘어가던조그맣고 딱딱한 디스켓 나왔을 때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 아느냐그 휴대성 때문에 파일 이동이 편해져서 바이러스가 많이 옮겨다닌 것 아느냐?

안철수는 백신을 그 디스켓에 담아서 배포하기도 했고, PC통신망에도 올렸다소스코드도 공개했다그래서 무료라고 하는 거다당시엔 그런 인터넷 정신이 있었다. 지금의 수많은 프리웨어 개발자들처럼.

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90년대 중반에 월드 와이드 웹 (www)이 나오면서 인터넷과 컴퓨터가 컴퓨터광이나 공돌이들이 아닌 일반인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고그 전의 무료’ 소프트웨어들이 상품화될 수 있는 시장이 생겼다그게 90년대 중반 이후의 벤쳐 시대다안철수도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안철수가 안랩을 세우기 이전, “7년 동안 백신 무료배포는 그 역사 속에서 봐야 한다안철수도 7년만 무료배포하고그 다음부터는 상품화해서 판매하지 않았느냐그런 맥락이다. “7년 동안이나 백신을 글쎄 공짜로 배포했대~”의 본질은, “V3는 공개 소프트웨어였다”.가 맞는 말이다PC 통신망으로 받을 수 있는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고 했지그럼 다른 사용자들은 어떻게 배포’ 받았을까안철수가 디스켓을 길에서 뿌렸을 거 같냐

이 친구가 내 말을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꼰대같은 소리하고 있네,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당시 신문기사를 뒤적여서 몇 개 골랐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혹시 '무료 백신'의 의미를 잘 몰랐던 봉팔러 있다면,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기사는 부분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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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3.15. 동아일보]

공개 SW 「숨은 보물」무진장

공개소프트웨어 중에는 안철수씨가 개발한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가 있다. 그는 신종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발견되는 즉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최신판 v3를 통신망에 올린다현재 이 프로그램은 V3-153까지 나와있다뒤에 붙은 153 1 53종의 컴퓨터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뜻.(...)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와 「이야기」 통신 소프트웨어도 원래는 공개소프트웨어였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게임 중에도 통신망을 통해 퍼진 것이 많다.


[1992.6.22 매일경제]

보람에 사는「컴퓨터 도사」들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하늘소 회원들은 88 10월에 출범한 뒤 얼마 후 통신용 프로그램인「이야기」를 내놓아 대학가의 무서운 젊은이들로 등장했다.

하늘소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시장성이 있음에도 불구이를 상용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보급국내 PC 통신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정보문화기술상을 받은 또 다른 젊은이 안철수씨는 국내에서「브레인」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88년 초부터 자력으로 바이러스의 치료법을 개발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공로를 세웠다. 


[경향신문 1991.07.07]

돌풍지대
대학생들이 개발한「소프트웨어」인기 폭발
컴퓨터「공부벌레」 "사장님 됐다."

서울대서클 「한글」사 설립「워드프로세서」장악

미생물학도의「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각광

동대생「흰 코끼리」조대생「메디콤」베스트셀러

20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종 소프트웨어(운용프로그램)을 개발컴퓨터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한국판「빌 게이트」를 꿈꾸는 젊은 천재들이 내놓은 프로그램 가운데는 용산전자상가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도 등장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미 하버드대 재학중에「MS DOS」란 퍼스컴용 OS(운영체제)를 만들어 일약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인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생 이찬진씨팀이 개발한「한글」워드프로세서를 비롯서울대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한계소프트(대표 김성수)의 일련의 한글소프트웨어조선대생 유승룡씨가 개발한 통신용 소프트웨어인「메디콤」서울대 윤재수씨의 통신용소프트웨어「한토크단국대 의대 강사 안철수씨의「백신Ⅱ 플러스버진동국대생 김균영씨의「흰코끼리」등이 전자상가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프로그램들.

그밖에 백송데이타베이스시스템(대표 박광림), 별빛컴퓨터(대표 황윤오), 백두시스템(표 최종현),한솔 C&C(대표 이재문)등이 대학생을 주축으로 창업,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서울대「컴퓨터연구회」회원을 중심으로 설립된 한글과 컴퓨터사가 지난 89년 개발한「한글」은 한글 한자는 물론 일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 9개 국어와 수학공식까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발매 1년 만에 1만 카피(복제판 제외)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메타자교사」와「한메한글」을 개발한 ()한메소프트는 이들 제품 외에도 한글통신프로그램인「따르릉」한글자형프로그램인「글짜꼴 편집기」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아 패키지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90년 총매출액은 5천만원올해는 3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안철수씨는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브레인, LBC, 예루살렘일요일스톤 등 5종류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백신Ⅱ 플러스버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을 마련했으며 소스코드까지 공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체퇴치프로그램의 개발가능성을 제시했다. 

동국대 물리학과 4학년인 김균영씨가 최근에 개발상품화하고 있는「흰 코끼리」는 그 동안 사용돼온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프로그램지금까지 자료를 저장분류가공하는데 미흡했던 워드프로세서에 그림 등 영상정보를 입력시키고 이 입력된 영상정보를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까지 추가전문가들로부터「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공 등을 통해 익힌 노하우를 쉽게 사업에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친구나 선후배컴퓨터 서클의 회원들끼리 공동출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대기업에 판권을 팔거나 자체 상품화하여 전자상가 등에서 팔리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계 젊은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단복제「백두시스템」의 최종현씨는 소프트웨어는 돈 주고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공짜로 얻어 쓰는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 불법 복사가 판 칠 수 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생의 신분으로 창업을 했거나 창업의 꿈을 갖고 밤낮없이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소위「컴퓨터꾼」들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일천한 우리의 현실에서 컴퓨터 문화를 살찌우는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겨레 1990.2.1]

컴퓨터 바이러스 변종 속출

현재 시판되는 바이러스 치료제는 서울대 생리학 교실 안철수씨가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웨어사가 디스켓당 2~6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컴퓨터바이러스백신’ 하나 뿐이다. 그나마도 국내에 알려진 42종의 컴퓨터바이러스 가운데5종에만 약효가 있어 이용에 제한이 있다.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0020100289108001&editNo=4&publishDate=1990-02-01&officeId=00028&pageNo=8&printNo=530&publishType=00010&from=news

 

[동아일보 1990.7.25]

컴퓨터 바이러스/디스켓에 있는 데이터를 파괴하는 프로그램

우리나라에는 안철수 최철용 유승룡 김한수 박승제씨 등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사냥하여 그 예방대책 및 치료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특히 안철수씨가 개발한 백신프로그램(v2plus 프로그램)은 브레인 이병철 예루살렘 바이러스 등 국내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치료하여 주는 대단히 효능이 좋은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이다.


[동아일보1992.3.9]

현재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에는 컴퓨터의사로 유명한 안철수씨(30)가 개발한 V3 백신 프로그램을 비롯, 바이러스 캔클린업 플루샷 등 외국에서 수입된 10여종이 있다.(...)

안철수씨가 개발한 V3은 국내에서 발견된 외국산 바이러스와 국내에서 제작된 바이러스 모두에 효과가 있다.(...)

그밖에 한국의 최철룡씨가 개발한 닥터’ 프로그램박승제씨가 개발한 킬러 콤’ 등이 있다닥터 프로그램은 브레인바이러스에 특효가 있고 킬러 프로그램은 엘버시바이러스에 감염된 디스크를 치료해준다.


2011.11.24.